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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없이 성공을 한게 아니라 부모에게 가스라이팅 당한거 아닙니까?

Rambling on & about 2021. 4. 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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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썼었던 마이클 센델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대 사회는 마치 아무나 그저 별 요령 없이 열심히만 하면 성공이 가능하다는 판타지를 계속 살을 덧 붙여 재가공하고 소비한다. 이런 시류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는 것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자기 계발 서적들이고 이 Grit이라는 것도 비교적 최근 출시된 콘셉트이다. 이 책에서 연구를 통해서 입증하려는 과학적인 메시지엔 딱히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고 싶지 않다. 이 책 자체가 제시하는 자기 계발의 방법이 효능이 있나 없나는 이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요지는 아니다. 

 

이 글의 요지는 이 책을 팔기 위해 어떤 서사를 이용하는가 이다. 

 

출판사나 홍보대행사에서 딱딱한 과학적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은 잘 팔리지 않을 것을 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서사부터 깔고 간다. 다들 부모에게, 선생에게 아니면 타인에게 '너는 이래서 안 되는 거야'의 뉘앙스의 말을 안 들어 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만큼 살면서 자주 듣는 폭언이고 개인에겐 엄청난 상처가 되는 말이다. 게다가 저자는 본인의 아버지이게 매일 구박받고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고 인고의 노력 끝에 화려하고 능력 있는 '백조'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당신도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구박받던 아이가 세상에 둘도 없는 슈퍼 히어로, 천재가 된다는 논조의 이야기는 이미 앨리스 밀러의 '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라는 책에 나와있다.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결여된 나르시시스트 부모나 감정의 조절이 불가능한 컨디션을 가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여과 없이 폭언을 한다. 특히나 나르시시스트 부모 같은 경우, 자신과 아예 결이 다른 자식을 두었을 경우, 자신과 천성이 비교적 닮아있거나 자신을 잘 따르는 자녀를 더 두둔하며 집안 내에서 한 아이를 (흔히 주눅 들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타깃이 된다) 상대로 막말로 정치질을 한다. 이렇게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다자녀 가정을 만들면 가족 내에서 이렇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꼭 생기게 되는데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냉대를 피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노력을 한다. 이런 아이가 나중에 성장을 해서 생활력이 강하고, 워커홀릭 성향을 띤다거나, 사회에서 크게 성공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두 가지 이유라고 본다. 첫째는 이미 그 아이의 천성 자체에 인내력이 있고, 공부건 어떤 쪽으로 크게 필 수 있는 지능을 비롯한 재능이 있으며 둘째는 부모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축적된 노력과 삶의 요령 등이 있을 거라고 본다. 

 

저 서사에서 말한 것처럼, 저자가 수십 년간 연구 끝에 저명한 작가가 되고 학회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상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그냥 단순한 노력일 수가 없다. 우리는 수많은 고시 합격자, 수능 만점자들의 다큐를 본 후 너무 잘 알지 않는가. 학문을 파고들 때 연구를 하고 이론을 적용을 하고 분석을 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는 본인의 지능에 기반을 두지 않고선 무턱대고 노력만으로 개발할 수 없고, 수십 년을 커리어를 이래 저래 부침개 뒤집듯 바꾸지 않고 한우물을 파는 인내력 조차도 본인의 천성일 가능성이 아주 많다. 오히려 아이의 보석같이 빛나는 이런 면들을 폄하하고 비하한 게 그녀의 아버지 아닐까?

 

난 이 홍보 카드(?) 뉴스를 보면서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이 '아빠가 그냥 병신이었네'라는 생각이었다. 혈육인 아이에게 폭언을 하는 게 아이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겠는가? 부모인 본인에게만 이득을 준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라면 아이를 이렇게 학대하면서 얻는 이득은 꽤나 많다. 아이의 정서적인 상태를 무장해제시켜서 어른인 자신에게 더 매달리게 만든다거나, 다른 가족 멤버를 올려치기를 하는 등 이렇게 종합적으로 아버지인 자신이 집안 내에서 독재자인 자신의 위치를 더 굳건히 다질 수도 있다. 아니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본인이 유년시절에 당한걸 본능적으로 학습해서 아이를 더 사지로 몰아넣어 더 노력을 하게 유도를 한다던지. 이러나저러나 비관적인 성격을 띤 폭언 자체만 떼어놓고 봐도 전혀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온당한 대우는 아니다.   

 

뭐 저 홍보 카드 뉴스가 가공한 서사 일 수도 있고, 본인이 정말 강연을 하면서 대중과 뭔가의 연결 고리를 만든답시고 쓰는 서사 일 수도 있다. 본인이 본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저자의 모습은 중년의 나이에 큰 성과를 이루고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이 자기중심적인 학대였다는 본질을 보려 하지 않고 되리어 학대를 존버 하다 보니 잘 되었다면서 본인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었던 능력이나 개인으로써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은 슬프다 못해 아주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남들 앞에서 '내가 이렇게 잘 나서 부모의 폭언에도 존버 하고 크게 된 거예요.'라는 소리를 하면 본인이 쓴 책의 논조랑 맞지 못해서 잘 팔지 못하겠지만. 저 위치에, 저 나이에 홀로 독백을 하면서 '내가 잘 된 건 아버지의 폭력을 내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서 인 거야.'라고 되뇐다면 그것 만으로 과거 트라우마에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릴 적 정서적 학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나의 온전한 가치를 이젠 위협 없이 볼 수 있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포괄적으로 '자존감 상승'이라고 볼 수 있고 말이다. 부모의 비난 아래 자신의 모습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게 되면 추후의 자신의 성공마저도 부모가 자신을 잘 '달궈서' 성공을 했다며 자신의 피땀 섞인 그 공 조차 학대자인 부모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앨리스 밀러는 그녀의 책에서 상세히 적고 있다. 

 

요새 연예 뉴스란이 박수홍 문제로 도배가 되더라. 위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모에게 폄하당하는 흙 뭍은 보석을 얘기할 때 이런 인물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엔 엄청나게 많지만. 주디 갈랜드부터 시작해서 마이클 잭슨, 브룩 쉴즈 등. 가십걸의 레이턴 미스터는 감옥에서 출생했고, 장애를 가진 남동생 명목으로 생활비를 받아 돈지랄하던 자신의 친모를 상대로 소송해서 승소한 걸로 유명하다. 피가 섞였던 오래 같이 살았건 간에 그냥 인간 자체가 노답이면 민사 소송으로 금융 치료를 해주는 게 답이다. 원래 혈육 상대로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는 게 금수 만도 더 못한짓이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 상대로 내용증명 보내고 송사 직전까지 갔기에 기사들 보면서 많이 공감하는 게 많다. 흠집 내기 라던지, 논점 흐리기, 해결을 위한 액션 빼고 모든 헛짓거리 꼼수를 쓰면서 시간을 끄는 거라던지 이런 것들은 가족 간의 송사에선 항상 나오는 패턴이다. 가족 간에 돈문제로 송사 진행되면 돈 떼먹고 잠수 탄 사람 상대로 민사 소송하면 볼 수 있는걸 더 스펙터클하고 다채롭게 볼 수 있다. 부모나 형제 중에 이렇게 toxic(암 유발) 하는 인물들은 꼭 가족 중 하나 타깃으로 삼아서 빨대 꼽고 기생해야 살아갈 수 있기에 이런 가족에서 민사 소송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게 거의 희박하기도 하고.

 

신기한 게 어릴적 박수홍 스브스 예능, 특히나 엑스맨 시절 하던 버라이어티 예능 보면서 사람이 영혼 없이 리액션하고 과하게 친절 베푸는 거 보고 '아 이 사람도 남들 앞에서 실수하는 거 정말 싫어하는구나. 나랑 비슷한 과인 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다. 이런 안타까운 뉴스로 내 촉이 맞아떨어지는 걸 확인한다는 것이 전혀 달갑지가 않다. 이제껏 살 비비고 살면서도 견뎌왔는데 그냥 암덩어리 떼어내는 항암 치료한다고 생각하시고 잘 견뎌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