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커뮤니티마다 올라오는 짤이 하나 있다. 바로 성인 ADHD 특징이란 짤인데 유독 이 짤에서 열거한 특징들은 그 강도나 뉘앙스를 깡그리 다 무시를 하면 범불안장애와 CPTSD랑도 유사하다. 저 짤은 ADHD를 엄청나게 단순화시킨 탓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인도 ADHD가 아닌가 의문을 가지게 끔 만든다. 보다 더 정확한 특징들은 이 링크를 통해 보면 된다.
C-PTSD같은 경우엔 집중도, 학습능력, 절제능력 이런 것이 원만하게 좋은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자신의 능력이나 특징들을 아예 객관적으로 모르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고 자존감이 낮다 못해 자기혐오를 한다. 이는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이들이 밑에 적힌 짤을 보면 자신이 ADHD가 아닐까 바로 설득당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부모들은 어린 아이들을 기르면서 아이들을 너무나 보통 아이의 모습을 보이는데도 통제를 하기 위해 (소위 자기 말에는 죽는 시늉도 할 수 있는 본인의 충신 같은 아이로 만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가스 라이팅을 한다. 이런 부모들은 철저히 그리고 어찌 보면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 모성애, 부성애, 그런 내리사랑을 할 수가 없다. 그들의 텅 빈 자아, 끊임없이 타인에게 갈채를 받고 우월함을 어필하고 싶은 욕구, 마음 가득 찬 분노 같은 것들이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걸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친자식들 조차 눈엣가시로 여기고 돈이 새어나가는 깨진 독으로 여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정상적인 수준의 활동성을 보이는것도 이런 부모들한테는 엄청난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호기심에 질문을 하는 것도 말대답을 하거나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으로 낙인찍히고 이런 부모의 냉대에 하도 치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공포를 느끼는 거 조차도 애가 원래부터 숫기가 없는 것으로 둔갑하게 된다. 이런 거짓뿐인 피드백을 부모한테서 받고 평생 자라나게 되다 보니 자녀는 본인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강점, 어떤 면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게 된다.
이들은 또 idealisation (이상화) - devaluation (평가절하) 사이클로 자녀들을 본인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이 사이클은 훗날 성인이 된 자녀로 하여금 자신의 부모가 자신한테 항상 학대를 한건 아니었으며 본인이 어떤 이유를 제공했을꺼라 착각하며 부모의 악행을 정당화하게도 한다. 이 때문에 자녀들은 부모와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고 중년의 나이까지 부모의 통제에서 못 벗어난다. 꼭 아이에게 날 선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필요에 따라 아이들을 구슬릴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남들로 하여금 자신이 으스대야 할 때 아이들을 칭찬하고 '비행기를 태워'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절한 때에 또 아이에게 날 선 비난을 하고 말이다. 이런 것을 반복을 하게 되면 아이는 거의 무장해제 상태가 되고 부모와 정신적 공생을 하게 되는 위태로운 관계가 된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공생(symbiosis)은 너 죽으면 나도 따라 죽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관계가 아니다.
C-PTSD는 감정의 조절이 유난히 힘들다. 왜냐하면 실체도 온전하지 않은 트라우마에 관한 기억이 살면서 불쑥불쑥 올라오게 되는데 그 당시의 신체의 감각이라던지 반응도 덩달아 같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C-PTSD는 트라우마가 장기간 가랑비 옷을 적시듯 그렇게 자주 일어났다거나 아니면 아주 어린시절 부터 일어났기 때문에 어떠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올라오는 거라고 특정 짓는 거 조차 못한다. 기억에 대한 실체가 없기 때문에 무의식에서 기억이 올라오는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기억과 관련된 신체적 반응이나 정신 상태가 이렇게 불쑥불쑥 올라올때마다 환자는 자신의 몸과 정신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에 엄청나게 당황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억제를 하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이용을 하는데 까놓고 보면 이런 것들이 충동적인 행동들이다. 생각을 막기 위해서 무작정 거리를 활보를 한다거나 사이트들을 이 잡듯 뒤져서 쇼핑을 미친 듯이 한다거나 과도하고 위험을 동반한 활동들을 한다거나, 술이나 약물들에 의존을 한다던지 말이다.
이런 소위 플래시백이 올라올땐 어떤 활동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트라우마 같은 비상사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책이 어떻게 읽히겠으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실수가 어떻게 없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런 플래시백은 해리 현상과 같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본인이 오늘 하루 무슨 일을 했는지 도저히 기억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그냥 눈떠보니 운전대를 잡고 이곳까지 와있더라는 식의 상황도 전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밑과 같이 심하게 단순화된 짤을 보게 되면 본인이 그냥 주의력이 결핍된,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으로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원인과 특징의 그 미세한 차이, 뉘앙스, 신체의 반응 이런 것들을 다 뜯어보면 너무나 다른 것이다.
정말 진료는 전문가에게 받아야 하고 최대한 길게, 지속적으로 받아서 오진을 받는 상황을 피해야 한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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