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SD 회복

순탄한 인생에 대해 느껴지는 이질감

Rambling on & about 2020. 11. 25. 19:56

요새는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순탄하게 풀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잘 풀리고 있다. 

 

부모가 내 인생에 흉살과도 같았던 존재였던지라 이들이 사라지고 나니 걱정거리가 없다. 

 

직장도 첫 인터뷰에 바로 붙어서 이직하고, 

 

렌트도 첫 집에 신청하자마자 붙고, 

 

대학도 입시 원서 넣은데서 다 합격 통보가 오고 말이다. 

 

평소에는 몇주, 몇 달을 절절매며 사방팔방 뛰어다녀도 될까 말까 한 것들이 한 두어 달간에 다 연속으로 잘 되어가는 걸 보니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싶다.  

 

어릴 적 우울증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 매일같이 학교 도서관으로 끌고 가서 안 써지는 과제 쓰느라 피땀 흘려서 졸업했던 거, 

 

마음의 빚지기 싫어서 재활중에 한국으로 추방당한 부모 청소 잡 다 팔아서 현금화시키고, 

보내는 이력서 마다 다 퇴짜 맞고 면접 낙방해서 겨우 구한 첫 직장 어떻게 계속 버티고 버티던 순간,

 

평생 자식에게 가장 노릇 맡기고 방치해 놓고서는 바라는 게 영주권이라길래 그거 얻어 주고 집 사고 싶다 노래를 불러서 집 사다 줬더니만 그놈의 요구는 계속 늘어가는 탓에 부모랑 절연을 하고 그 집 문제 때문에 변호사 끼워서 부모 상대로 재판도 불사하려고 했던 기억.

 

멘탈이 나가고 또 나가기를 반복했던 기억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인생이 너무 순탄해져있다.  

 

이렇게 고요하고 순조로왔던적이 평생 없었는데. 매일 근심과 불안 걱정거리만 안고 살던 나에게 남들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행복이라는 게 찾아왔지만 패배랑 좌절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에겐 안 맞는 옷, 먼 나라 이야기 같다.

 

내 삶이지만 내 감정은 이에 이질감을 느껴서, 이 행복을 100% 느끼고 즐길 수가 없다는것이 참 씁쓸할 따름이다. 

 

하긴, 나이 35중에 이렇게 어떤 걱정없이 평탄했던 적이 이제 고작 10개월, 아니 딱 10주 되었구나. 이런 기분에 좀 더 노출이 오래되면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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