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착화 유교에서 나오는 효에 대해선 정말이지 원색적인 비난을 참을 수가 없다. 본론적으로 이 콘셉트를 내가 극혐 하는 이유는 인간 중심적인 오만함 때문이다.
사람도 다른 동물에 비해 다를꺼 하나 없는 생물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한들 여타 다른 생물들처럼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부모로서 아이를 가지는 것조차 자연의 도리를 거스를 수 없다.
특히나 헬조선 유교 사상에 물들어 있는 한국 부모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은 본인들이 아이를 마치 조물주가 빚어 내듯 창조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나에게 있어 최고의 극혐 포인트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창조’하거나 ‘빚어 낼’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태교를 해서 아이의 외관을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를 거는 이들의 무지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 오래되었다. 아이가 출생할 때 가지고 태어나는 우성적 성향, 열성적 성향 이 모두는 다 확률로 결정될 뿐이다.
인생에 있어서 한가지 선택이나 결과물로 인생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걸 볼 때 삶에 있어 확률이라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다. 그냥 심적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합리화의 명목으로 사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열성 인자라고 인식되는 탈모, 피부 타입, 성향, 정신질환, 불치병까지 이 모든 것들 부모들이 한눈파는 사이 다 주사위 놀이로 결정되는 것과 다름없다. 우월 인자 또한 똑같다.
부모들이 이 확률 싸움에서 어느 하나 직접적인 관여를 할 수 없다. 유전이 될 확률이 높은 열성 인자는 운에 따라 유전이 될 수 도 있고 안 될 수 있다. 허나 내가 걸리면 그냥 100% 확률인 게 인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애석하게도 어떤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도 부모가 직접적으로 이 확률 싸움에 관여를 할만한 그런 신적인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자책을 할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반대로, 아이가 정말 특출 난 탤런트를 가지고 태어난 경우도 부모가 ‘본인이 그렇게 빚어내서’ 따위의 헛소리를 지껄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우성적인 인자도 본인에겐 평생 발현이 안 되어서 한 평생 모르고 살다가 아이를 낳으므로써 내 직계 혈육 중 이런 것이 있었나 곱씹어 보는 경우들이 태반이다. 예측은 있을 수 없다. 그냥 결과물인 내 자식을 통해 그 원인을 내 혈육들을 보면서 도출해낼 수 있을 뿐.
정말이지 어떤 성향을 가졌고 어떤 능력을 발현할지 생판 모르는 아이를 산달까지 품어서 낳고 키워내는 것이 출산과 양육의 실체다. 효 사상에 절어있는 부모들은 대부분 이걸 간과한다.
본인들이 무식해서 쓸 때 없는 공을 들였다고 (잘생긴 배우 사진을 보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종일 태교를 한다거나 아이 다리가 길어지라고 하루에 몇시간씩 베이비 마사지 따위를 하는 그런 쓸떼 없는 짓들 말이다) 그것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거 보면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아이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성향도 다 정해진다. 아이의 성격에 있어서 부모가 영향을 미칠 만한 것도 그 한계가 결정되어 있는 마당에 아이의 신체적인 부분은 아예 착상된 시점부터 주사위 게임으로 결정돼서 한마디로 게임 오버인데 이걸 뭐 지 닮아서 감사해야 하네 마네 이 딴 얘기 지껄이는 것도 개소리라는 거다. 부모를 모든 면에서 빼다 닮은것 또한 확률 싸움이고 그리고 모든면에서 닮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이란 동물이 가진 태생적 오만함이라는 게 이런 데서 발현된다. 그냥 운 좋게 주사위를 던져서 1 나올 거 6이 나왔는데 그게 본인 역량 탓이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 이게 부모들이 아이에게 하는 “내덕에 그렇게 잘나게 태어났으니 고마워해라”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정작 고마움을 돌려야 할 상대는 이 확률 싸움에서 이기게 해 준 신과 같은 그런 허구의 인물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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