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SD 회복

온라인 커뮤니티 생활

Rambling on & about 2020. 11. 25. 20:07

가치관이 좀 정립이 되니까 온라인에서 시간을 때우는 게 얼마나 내 정서에 치명적인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햇수로 거의 18년을 쏟아 부은 다음 카페들을 비롯해서 모든 포털 커뮤 생활을 접은 지 한 2개월 정도 되어 간다. 친목용 SNS들은 작년에 다 삭제를 해서 온라인상에서 붙잡고 있는 건 이 일기장 블로그뿐이다. 

 

내 온라인 생활을 완전 중단하기로 마음먹은 후 몇 가지 깨달은 점들을 나열해 본다.

 

1. 깊은 지식을 얻는데 부적합

 

온라인은 정보의 바다이다. 하나 단순 친목용 커뮤니티들은 공유되는 정보의 질이 너무 낮고, 사람의 이목을 끌게 끔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하지 않고, 팩트 체크도 되지 않는 정보들이 많은 데다가, 기존의 허접한 정보를 재가공해서 확산시키는데만 적합하다.

 

커뮤니티 생활 하다 보면 같은 글 한 3-4일 주기로 계속 올라오는걸 자주 목격한다. 흥미로운 글이 이 카페에서 추천받아 메인에 뜨면 이게 제 가공되어서 다른 카페에 올라오고 또 추천받아 메인에 뜨는 이런 테크를 탄다. 이런 일들을 계속 접할 때마다 마치 내가 어항 속 금붕어가 된 느낌이 든다. 한참을 읽다가 ‘아씨.. 이거 며칠 전에 읽었네.’ 하면서 내용물도 별반 없는 글을 또 클릭을 했으니 읽고, 읽은 거 또 읽은 거 깨달으니 유저인 나로선 자괴감이 들게 된다.

 

2.극단적, 편향된 시각

 

커뮤니티는 무슨 폐휘발유 매립지에 누가 먼저 불 붙여서 끝장낼까 서로 눈치게임하는 거 같다. 위에 말했듯이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얻을 때 진지하게 접근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람에게 하여금 자극하는 정보들이 클릭수 때문에 판을 친다. 이 둘이 만나면 그 폭발력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내 시각을 극단적인 면에서 원만한 쪽으로 돌리려면 다른 여러가지 시각을 다 듣고 소화를 시켜야 한다. 온라인 같이 선동질이 심하고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을 커뮤니티에서 배제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태에서 다른 여러 가지 시각을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걸 영어권에선  Cancel culture라고 하더라.) 아무튼 건강한 사고체계를 유지하려면 그 커뮤니티를 벗어나서 다른 소스들을 다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당신의 원만한 시각을 커뮤니티에서 항변하다가 되리어 커뮤니티에서 팽을 당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뿐. 그래서 다들 커뮤의 전반적인 성향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어도 쉬쉬하고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

 

3.사회 생활에 피로도를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몰린다

 

사회나 학업 생활이 삐걱거려서 사람과 세상의 제도적인 면에 큰 회의감을 느낀 사람들이 온라인에 몰리는 이유는 그 와중에서도 사람이 고프기 때문이다. 고립감은 자신들과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는 갈망 더 키울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윤을 목적으로 두지 않고 만나는 친구 사이에서도 연봉이 얼마네, 결혼에는 어떤 스펙이 필요하네, 누가 먼저 취업을 빠개는 듯 이런 경쟁을 암시하는 말이 오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엔 소싯적 친구들에게서마저도 각박함을 느끼게 한다. 결론적으로 이런 것이 누적되어 본인이 세상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 유저들과의 친목처럼 부담 없이 다가오는것도 없다. 하지만 외부에서 사회생활, 친구 가족 간의 불화며 온갖 대미지를 다 입어서 온라인으로 도피하는 사람들치고 편협과 극단적 시각에 쉽게 노출이 되는 사람도 없다. 상대방에 대한 날이 설대로 선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의 의견을 포용하는 건 더 어렵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이 친목 커뮤니티에 모여서 잡담하며 으쌰 으쌰 하는 거 같이 보여도 결말은 꼭 누군가가 사회생활에서 못지않을 큰 병크를 터트리고 크게 와해되더라. 어차피 인간들이 하는 짓들이 다 똑같이 벌어지는 곳이 온라인 커뮤니티인데 그릇된 기대감이 허구였다는 걸 재확인하게 될 뿐.

 

4.온라인 인맥은 진짜 인맥이 아니다

 

트위터 같은 소위 급진적인 힙스터분들 몰려 있는데 선 혈연 학연 지연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어찌 보면 바깥세상 생활, 인간에 대한 회의가 많이 진행된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에선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사람에게 있어 정서적 안정은 확실성에서 온다. 얼굴 마주 보고 소통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방법도 없으니 익명의 온라인 유저랑 모니터상에서 텍스트들로 소통하는 거랑은 차원이 틀리다. 

 

온라인 인연들은 정말 연기처럼 사라지는 경우들이 다반사다. 정말 운도 좋아 가치관도 맞고 같은 지역에 사는 온라인 친구가 진짜 인맥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상대방의 눈을 보고 소통하는것 만큼 사람에게 있어 그 인연에 몰입도가 큰 것도 없다. 몰입도가 큰 인연일수록 내가 나중에 받는 정서적 영향도 크고 길게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 인맥이 지속이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혈연 학연 지연같이 자주 소통할 물리적인 접점이 없어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