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4

부모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까지

나르시시스트의 자녀로 자라난다는 것은 생명이 도구화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형체화 시킬 수 없는 인간적 가치는 모두 다 지워지고 나르시시스트의 도구로 전락한다. 부모의 가치를 드높일 수 없다면 그 아이에겐 어떤 평화도 허락되지 않는다. 내가 엄마가 내뱉은 말과 표정으로 처음 들이마신 혐오의 잔재는 내 뇌리 속에서 깊숙이 똬리를 틀어 내 사고의 모든 것을 제어하게 되었다. 자기혐오와 자책이 내 성정의 핵심이 되어 버리는 것이 cptsd의 주된 증상이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지속되는 행복과 만족감은 아예 없기에 그들에게 모든 긍정적인 감정은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그 감정도 자신의 자식을 비웃음 거리로 만들어 느끼는 희열이었고. 그런 순간순간 이용당했던 것을 나이가 들어 되짚어 보니 내 삶의 목적이 무엇..

CPTSD 회복 2022.05.14

두려움의 진화

어려서부터 성취, 성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비슷한 무리들을 따돌려 안정권 위치에 도달해야 하지 못한다면 도태되어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였다. 평생을 시달리면서도 이해가 안 되었다. 일단 정신건강 관련 책에서 잘 이야기하는 주제도 아닌 데다가 이건 갓난아기 때부터 주입된 생각이라기엔 너무 사회화된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떻게 이런 모양을 갖췄는지 써보려고 한다. 이것과 관련된 최초의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에 일어났다. 당시에 난 점수를 잘 받아왔다. 6년 내내 나는 90점대를 유지를 했는데 1, 2 학년 때는 100점도 줄 곧 잘 받아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 와중에 올백을 맞은 적도 있었으니 툭까 놓고 봐도 잘 하긴 잘했다. 내가 이런 아이의 엄마였다면 뷔페를 연달..

CPTSD 회복 2022.05.14

아픔은 자각 이후에 고통으로 변한다

페이스북부터 시작해서 블로그를 통해 내 삶에 대한 글을 끄적인 것도 어언 4년 정도가 되었다. 아무래도 CPTSD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글들로 보일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6년 전 본격적으로 다시 상담을 시작했을 때 난 내 속이 곪아 간 것이 내 탓이 아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 성정은 본디 이렇다. 그냥 살아있기에 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 그게 나에게 있어 삶의 원동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잦은 비교와 비난속에 시달리다 보니 그걸 내면화시키는 바람에 ‘채찍질’을 가장한 자기혐오에 평생 시달리긴 했지만. 난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 ‘내 아픔의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되물어 본 적이 없다. 내 삶이 항상 극..

CPTSD 회복 2022.01.24

CPTSD (Complex PTSD)란 무엇인가

Complex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란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도 불린다. 1992년도 주디스 허먼작 트라우마와 회복 ‘Trauma and Recovery’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된 병명으로 DSM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WHO (세계 보건기구)의 ICD-11에 등재되어 있고 미국과 영국의 몇몇 보건 관련 기관에서 인정을 해주고 있는 질환이다. 주디스 허먼의 책에서 나오는 이 복합 외상의 키워드는 ‘지속되는 스트레스’이다. 아동 시기당한 지속적인 물리적, 정서적 학대나 방임/방치뿐만 아니라 전쟁 포로와 같은 수년간의 감금 생활, 납치나 감금을 통해 성노예로 전락하거나 노역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짧은 기간이나 찰나의 사고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PTSD와는 스트레스의 ..

CPTSD 회복 2022.01.24

생존 모드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젠 생존 본능에 의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가꾸겠답시고 내 모든 걸 갈아 넣는 그런 ‘모 아니면 도’ 식의 극단적인 삶의 모드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 부모는 그야 말로 어디 가서 내세울 거 하나 없는 가방끈 짧고 근성이 없어 한우물을 파는 그릇이 못 되는 인성 파탄난 커플이었다. 부부 싸움은 그들의 레저였고 그 어떤 이웃도 의식하지 않은 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거리까지 나와 유세를 떠는 건 물론이요. 엄마라는 인간은 꼴에 가게 주인 이미지는 유지하고 싶었는지 망해가는 가게 명줄을 빚잔치 내어 근근이 유지하고 있었기에 동네 어느 사람도 우리 집이 하층민일 거라곤 생각 못했겠지. 젊은 날 어떤 꾸준한 노력도 없이 한량처럼 살다가 만난 둘은 어디 가서 목소리 크게 낼 자신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더 ..

CPTSD 회복 2022.01.04

정서적으로 미숙한 엄마가 자식에게 씌우는 굴레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361236&page=21 내가 평생 속았던 말 ::: 82cook.com 자유게시판 철이 들면서부터 일만 있으면 자기 손가락을 펴서 짚어가면서 엄마가 한 말 “다섯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없다.” 그 말을 늙어 노쇠해서 흙으로 돌아간 뒤에서야, 내 나이 70가까워서 www.82cook.com 철이 들면서부터 일만 있으면 자기 손가락을 펴서 짚어가면서 엄마가 한 말 “다섯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그 말을 (그녀가) 늙어 노쇠해서 흙으로 돌아간 뒤에서야, 내 나이 70 가까워서야 가장 큰 편애의 표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깨물어 아픈 손가락 따로 있고 마음을 다친 상처로 피 흘리는 손가락을 보면서..

CPTSD 회복 2022.01.03

상처를 준 나르시시스트 엄마, 나 몰라라 하네요

어릴적 나에게 학대와 폭언을 일삼던 엄마. 지금와서 따지니 본인은 그런적 없다 일관하네요. 용서를 하고 관계를 지속 시켜야 할까요? 용서를 해야 할 필요도 없고 사과를 받을 필요도 없어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뇌리에 깊게 새겨져서 온몸을 잠식하고 있는 당신의 불안과 우울이 사라진다면 백번 천 번도 더 할 수 있겠지만요. 그 형식적인 사과와 용서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 딸과의 관계 회복이 너무 절실한 엄마에게만 큰 이득이 될 뿐입니다. 당연히 용서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겠지요. 미디어 또는 문학만 봐도 가정사의 문제를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극도로 미화시키기 때문에 나도 저런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환상에 잠기기는 너무 쉽습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그런 이상적인 교과서에..

CPTSD 회복 2021.12.20

Why do narcissistic women proceed with conceiving a child while the relationship is obviously crumbling?

A highly opinionated piece. A narcissitic person views a child as a way to seek validation from the rest of the sociery and a right to brag that they are more than capble of raising a family. They do not view forming a family as a major responsibility coupled with the fears of uncertainty. They view it as a way to prove to the rest of the world how capable they are. It is not really a matter of ..

Ranting 2021.11.26

재능이 없이 성공을 한게 아니라 부모에게 가스라이팅 당한거 아닙니까?

www.instagram.com/p/B8_O_3wAoiK/ 저번에 썼었던 마이클 센델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대 사회는 마치 아무나 그저 별 요령 없이 열심히만 하면 성공이 가능하다는 판타지를 계속 살을 덧 붙여 재가공하고 소비한다. 이런 시류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는 것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자기 계발 서적들이고 이 Grit이라는 것도 비교적 최근 출시된 콘셉트이다. 이 책에서 연구를 통해서 입증하려는 과학적인 메시지엔 딱히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고 싶지 않다. 이 책 자체가 제시하는 자기 계발의 방법이 효능이 있나 없나는 이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요지는 아니다. 이 글의 요지는 이 책을 팔기 위해 어떤 서사를 이용하는가 이다. 출판사나 홍보대행사에서 딱딱한 과학적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은 잘 ..

Ranting 2021.04.07

자가진단의 위험

주기적으로 커뮤니티마다 올라오는 짤이 하나 있다. 바로 성인 ADHD 특징이란 짤인데 유독 이 짤에서 열거한 특징들은 그 강도나 뉘앙스를 깡그리 다 무시를 하면 범불안장애와 CPTSD랑도 유사하다. 저 짤은 ADHD를 엄청나게 단순화시킨 탓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인도 ADHD가 아닌가 의문을 가지게 끔 만든다. 보다 더 정확한 특징들은 이 링크를 통해 보면 된다. C-PTSD같은 경우엔 집중도, 학습능력, 절제능력 이런 것이 원만하게 좋은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자신의 능력이나 특징들을 아예 객관적으로 모르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고 자존감이 낮다 못해 자기혐오를 한다. 이는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이들이 ..

CPTSD 회복 202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