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ting

이직을 통해 느낀 점

Rambling on & about 2020. 11. 25. 19:53

퇴직한 지 1달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난 4년간 쌓여왔던 게 매일같이 폭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으므로 근무후에 짬이 날 때마다 전 직장 건물에 가서 빈 건물에다 대고 쌍욕을 하고 그렇게 분을 풀고 온다. 의식의 흐름대로 나오는 개소리지만 고 김대중 선생이 정 안되면 벽에다 대고 욕하라고 했었다. 뭐 욕한다고 그 망할 구석이 더 나아질 방법은 없겠지만 화병은 막아야 하니까 말이다. 

 

어떻게 제정상으로 돌아가는게 하나도 없다.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국밥처럼 말아먹는지 대단할 따름이다.

 

일단 그곳에 있는 두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족 같음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한 그룹은 외향형 나르시시스트들이고 두 번째 그룹은 극도로 신경질적이면서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외향형 나르시시트들은 뭐 말 그대로 돌아다니면서 남 험담하고, 면전에서 남 까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팀 내에서 지들 서클 만들고 뭐만 해도 그 배의 칭찬을 받으려고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는 그런 부류다. 뭐 얘네들이야 지들 직업 능률면에선 아주 나쁘다. 그래도 매니지먼트에는 크게 관여를 하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눈꼴사나운 정도다. 

 

낮은 자존감때문에 항상 안절부절못하는 애들이 직장의 상사 역할들을 다 잡았다는 게 큰 문제다. 본인들 자체가 지들 능력에 대해서 크게 확신이 안 서는지라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래서 프로모션을 얻고 위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진다. 상사로써 지가 죽어라 일을 더 한다고 해서 본인의 직책이 보장이 되는 게 아닌 걸 아니까 어린애들을 막 쪼아댄다. 

 

대놓고 난척하는 나르시시스트들도 개같지만 얘네들이 일의 능률과 직장 내의 팀 불화에 미치는 것도 어마 무시하다. 

예를 들면 

 

  • 어차피 오늘 부하직원이 한거 검토할 시간 없는 거 아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까지 해 놓으라고 쪼아댄다. 어린애들이 분주히 움직이지 않으면 본인 자리가 위태로와질 꺼란 생각이 드나 보다. 

  • 팀 내에서 다른 애들을 이겨먹는다고 해서 큰 이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애들보다 더 완벽하고 빠르게 일을 해야 한다며 팀 내의 불화를 부추기는 것도 부지기수다. 같은 직장 사람들 이겨먹으려고 협동을 하지는 않잖나. 

  • 그리고 부하가 야근을 해가면서 매시 매분 빠릿 빠릿일을 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 고마움은커녕 이걸 계속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 

  • 부하하는 일에 대해서 일거수일투족 다 알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해오면 또 맘에 안 들어서 지가 또 다 뜯어 고치 고선 앞으론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한다는 어떤 언질이나 이런 것도 없음. 그러니 밑에 있는 애들이 연차가 쌓여도 상사한테서 배운다기 보단 지가 알아서 그냥 독학하는 수준. 

  • 자존감이 바닥이니 얘네들이 윗선에게 보고할때는 지들 미운털 박힐까 봐 전전긍긍하기 때문에 윗선에서 만약 전혀 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비현실적인 데드라인을 요구해도 끽소리도 못하고 네네 그러면서 다 받아온다. 그러면 일의 양은 감당할 수 없이 늘어 난다. 

  •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도 참 족같이 해서 같은 타입의 보고서가 결제 못 맡고 반쯤하다 버려진 것들이 5-6개 되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 같은 업무를 얘, 쟤 이렇게 여러명한테 동시에 시킨다. 이건 진짜 병신 같다. 첫애한테 시키는 도중에 두 번째 한테 또 시키면 더 빨리 할까 싶어서 걔한테 또 접근하고 또 다른 애한테 접근하고... 이런 삽질로 잃는 노동력 진짜 상당하다. 괜히 가만히 있는 애들은 전투장으로 끌려 나와서 누가 누가 빨리 하나 경쟁하게 되고 1인이 그냥 하게 내버려두면 되는 거 여러 명이 같은 업무를 동시에 보는 병신 같은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그 직장이 돌아가냐면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거의 140% 업무를 하면 거기서 한 40%를 상사의 삽질, 부하직원 본인이 노하우가 없어서 이미 했던일을 다시 하는 삽질 이런 식으로 버리는 거다. 그냥 노동력을 갈아 넣으니까 가능한 얘기. 

 

암튼 전직장을 통해서 어떻게 해야 회사를 말아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터득은 한 거 같다. 이러니 손 털고 떠날 애들은 애초에 떠났고 잔챙이들만 남아서 그 빈자리 꿰차고, 능력에 대한 합당한 승진이 아니니까 또 들통날까 들켜서 전전긍긍하고 이렇게 악순환의 반복. 또 되지도 않는 경력으로 승진을 했는데 또 괜찮은 기업 가려면 3-4년 경력으로는 시니어 못 달거든. 그러니 또 자존심에 주니어 자리로 이직은 못하겠고 그러니 또 잔챙이들은 계속 거기에 뼈를 묻음. 

 

나야 처음에는 이직하면서 승진해서 가니까 왠 개꿀이냐 했더니 웬걸, 그냥 되지도 않는 애들 배지 달아주고 많이 부려먹는 거였음. 게다가 부모랑 절연하고, 집 문제로 또다시 법적으로 준비하고 이러는 와중에 직장까지 또 바꾸는 건 멘털상 엄두도 안 나니까 그냥 될 때까지 버틴 거지. 운 좋게 딱 경력 8년 맞춰서 제대로 된 곳으로 이직한 거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이번 이직을 하면서 무조건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걸 새삼스레 느꼈다. 괜히 어느 직함 달 때 몇 년 이상 경력 요구하는 게 아니거든. 그거 안 맞추고 승진해서 뭐 지들이 학창 시절 월반해서 조기 졸업하는 기엄을 토한다고 착각하는데 그건 경기도 오산이고. 결국엔 개 같은 직장이니까 직함이라도 좋은 거 빨리빨리 달아줘야 지들한테 붙어있으면서 착취당하는 걸 아니까 일종의 명예뿐인 직함으로 낚시질하는 거였을 뿐. 직함에 목매달면 좆되는 거다 아주.